리아의 책방

윤동주_별 헤는 밤을 읽고

리아 2020. 10. 14. 22:11

별 헤는 밤 _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랜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

.

.

 

고향을 떠나 외딴 나라에서 밤마다 별을 세며 수없이 되뇌었을 그리운 이름들. 

자신의 이름을 쓰다 부끄러움에 결국 흙으로 덮어버린, 끝없이 고뇌하고 반성하던 독립운동가 윤동주를 보며 저도 별 하나에 그리운 이들을 세어봅니다.

 

별 하나에 사랑

별 하나에 소망

별 하나에 노래

별 하나에 고향

별 하나에 어머니

 

타지 생활을 하면서도 고향이 그리워 하늘을 올려다볼 때면 광활한 우주처럼 넓은 어머니의 사랑이 생각납니다.

별 하나하나에 다 담아도 모자란 어머니의 사랑.

오늘 밤은 어머니께 받은 풍족한 사랑을 전해보면 어떨까요?